![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http://www.seoultimes.news/data/photos/20250936/art_17567183904764_dccd5a.jpg?iqs=0.5082624227657947)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생명의 계열사 주식 회계 처리 논란과 관련,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정상화하겠다”며 조속한 정리 방침을 처음 밝혔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삼성화재 지분을 예외적으로 처리해온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금감원 수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지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생명·손해보험협회장 및 16개 주요 보험사 CEO와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잠정적으로 방향을 잡았다. 더는 시간을 끌지 않고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감독원장이 업계 CEO들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특정 현안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8.51%)와 삼성화재(15.43%) 지분의 회계 처리다. 2023년 도입된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에 따르면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은 ‘보험부채’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2022년 업계 주장(“재무제표 이용자의 혼란 우려”)을 받아들여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규모는 올 2분기 말 기준 8조9458억원에 달한다.
최근 한국회계기준원과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예외를 더는 허용해선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특히 삼성화재 지분의 경우, 보유율이 20% 미만이라도 보험업법상 자회사로 편입된 이상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삼성생명은 유배당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취득했다”며 “삼성생명이 해당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얻는 경우 계약자에게는 일부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미래 배당액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은 회계 정상화 외에도 보험업계 불건전 영업 관행에 경고를 날렸다. 그는 “보험 가입은 쉬우나 보험금 받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상품 설계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경영진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삼성생명이 조 단위의 배당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금감원이 기존 예외를 철회하는 쪽으로 기울었음을 시사한 만큼, 회계 처리 기준을 둘러싼 업계 전반의 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금감원이 허용해온 회계 처리였던 만큼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도 크다”면서도 “정상화 방침이 확정되면 회계 투명성 측면에선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과거 참여연대 활동 시절부터 삼성 회계 처리 관행에 비판적이었던 점을 들어, 이번 발언이 “회계기준원 입장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해석을 내놓고 있다.